토네이도 캐시와 인커전

토네이도 캐시를 다루는 가장 naive한 접근법

토네이도 캐시와 인커전

토네이도 캐시

이번주 가장 핫한 주제를 꼽으라면 당연 토네이도 캐시이다.

토네이도 캐시를 사용하면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 간의 연결 고리를 숨길 수 있다. 여러 유저가 자금을 예치하면, 토네이도 캐시가 이를 섞고, 기다렸다가, 자기가 예치한 금액만큼 인출해나갈 수 있다. 이러한 특징과 간편성 덕분에 토네이도 캐시는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일반 유저들과 악의적인 행동 뒤에 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사람들 모두에게 자주 사용되었다.

On-chain Privacy | Messari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모두가 알다시피 OFAC(해외 자산 통제국)의 제제 → 미국인 내에서 사용 시 벌금, 구형 가능 발표 → 난장판이다.

인커전

요즘은 예전만큼 마블 영화를 챙겨보진 않는다. 엔드게임 이후로 점차적으로 흥미를 조금씩 놓고 있는 상태인데, 마블에는 인커전이라는 게 있다.

Secret Wars by Jonathan Hickman | Goodreads

인커전은 마블 세계관에서 두 평행 지구가 충돌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지구가 서로 충돌하면 양 쪽 모두 파멸하고, 한 쪽을 파괴하면 나머지 하나는 살아남는다고 한다.

블록체인과 평행 우주

블록체인은 하나의 평행 우주를 만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블록체인 이전부터 온라인, 혹은 디지털이라 불리는 새로운 평행 우주가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새로운 평행 우주를 완성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블록체인이 해낸 것은 새로운 평행 우주에 걸맞는 이 곳만의 법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이전의 디지털은 새로운 평행 우주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기존 세계의 법과 규칙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블록체인은 중앙화된 주체 없이 검증이라는 새로운 규칙을 제공하였다.

현실에서 우리가 하는 활동들은 전부 이 새로운 평행 우주에서 여기만의 문법으로 일어나고 있다. 금융 활동, 친구들과 노는 것, 일을 하는 것, 정치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 전부 Web3의 평행 세계에서 DeFi, 커뮤니티 활동, DAO contribute, 거버넌스 참여와 같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실에서의 아이덴티티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수 많은 Anon들의 모습은 지금의 나와 평행 우주 안에 나의 다른 모습을 연상시킨다.

토네이도 캐시와 인커전

마치 마블 세계관 안에서 두 우주가 충돌하면서 일들이 벌어지는 것 처럼, 토네이도 캐시는 우리가 물리적으로 사는 현실이라는 우주와 우리의 평행 우주인 디지털(Web3)가 충돌하면서 생기는 사태이다. 두 세계의 문법과 규칙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한 평행 세계의 창작물을 다른 세계의 문법으로 해석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마블 코믹스 안에서의 인커전과 달리, 지금 일어나는 인커전은 고유한 특성 두가지를 가진다.

첫번째는 이 두 평행세계가 100% 평행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Web3 프로토콜을 만들려면 어쩔 수 없이 깃허브, 인퓨라, 알케미, AWS와 같은 서비스들을 사용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이 서비스들은 현실의 문법에 의거하기 때문에, 이러한 약한 연결고리들이 두 평행 우주 간에 생길 수 밖에 없다.

두번째는 실제로 잡히면 감옥에 갈 수 있다. 인커전 부분의 코믹스를 읽지는 않았지만, 거기서도 인커전이 일어나면서 많은 캐릭터들이 죽거나, 다칠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슬픈 일이지만, 내 입장에선 만화책을 닫으면 끝이다. 하지만,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는 실제로 체포되었다. 아쉽게도 이 개발자는 만화책을 닫는 행위로 이 상황을 무마할 수가 없고, 이는 향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려는 여러 빌더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한번 배포하면 내가 어떻게 수정할 수 없는 코드를 배포한 것만으로 그 코드가 행하는 여러 활동에 대한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면, 누가 과연 선뜻 나설 수 있을까?

마무리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 비와이

토네이도 캐시가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비슷한 사례들에 대하여 선례로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야 하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은 가만히 숨쉬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