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레이밍

Wallet, SBT, DAO 재정의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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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그림이어도 어떤 액자에 담느냐에 따라서 그림이 달라 보인다.
  • 같은 음식이어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달라 보인다.

내게 리프레이밍은 간단하게 기존의 그림을 다른 액자에 넣어보고, 기존의 음식을 다른 그릇에 넣어보는 행위이다. 이것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1. 먼저, 사고 확장 연습을 하기 위해서이다. 같은 그림이어도 어떤 액자에 담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개념을 담고 있던 단어를 새로 교체하여서, 이전까지는 보지 못하였던, 개념의 숨겨진 면을 발견한다.

  2. 두번째는 마케팅이다. 같은 음식이어도, 나에게는 왼쪽 파스타가 더 맛있어 보인다. 같은 개념이어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에게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 가상화폐 → 암호화폐 : 뭔가 전문적이고, 더 안전하고, 실존적인 느낌을 준다.

    • 크립토 산업 → web3 : 뭔가 다음 세대의 인터넷으로, 여기 타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미국 국방부의 명칭은 department of defense이다. 이는 더 평화적이고, 보호적인 느낌을 준다.

주의

가장 나에게 꽂히는 3가지 예시를 가져와봤다. 이 예시들에서 나온 단어들은 전부 남의 머릿속에서 나왔으며, 출처는 맨 위에서 찾을 수 있다.


Wallet 대신 Inventory

출처

Wallet

Wallet은 크립토 초기만 하더라도 가장 적절한 비유였다. 하지만, 이제 Wallet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것은 경제적인 자산 외에 더 많은 것을 담아야 한다.

우리가 현재 Wallet이라고 부르는 것에 담는 것은 어떤 것인가? 상호작용에 대한 증명이다. 예를 들어,

  • 내 Wallet에 들어있는 $ETH는 Uniswap이라는 곳에서 내가 ETH를 구매하였다는 상호작용에 대한 증명이다.
  • 내 Wallet의 Rabbithole DAO course NFT는 해당 코스를 100% 이수했다는 상호작용에 대한 증명이다.

우리가 기존에 경제적 자산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은 사회 속에서 우리가 행하는 상호작용의 증명의 극히 일부분이다. 그리고 이제 비경제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증명들도, SBT, reputation, SSI와 같은 내러티브를 통해 점차 Wallet에 포함되고 있다.

이때, Wallet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Web3의 일부분, 즉 경제적인 측면에 대해서만 생각할수 밖에 없고, 이는 Web3에 온보딩할 수 있는 사람들의 종류와 빌더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

Inventory

Inventory | Minecraft Wiki

그렇기에 나는 Inventory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Inventory는 자연스럽게 마인크래프트의 인벤토리를 떠올리게 하는데. 마인크래프트의 인벤토리가 온갖 종류의 것들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현재 Wallet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러한 더 일반화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단어로 불려야 한다.


Soulbound Token 대신 Community-bound Token

출처1

출처2

Soulbound Token(SBT)

Soulbound Token(SBT)를 소개한 Decentralized Society: Finding Web3’s Soul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커뮤니티이다. 해당 논문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개인은 개인이 포함된 커뮤니티에 의하여 표현된다. 아이덴티티에 대한 일반화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지만, 한 관점에 따르면, 사람은 살아가며 여러 커뮤니티에 포함되고, (이때 커뮤니티는 물리적일 수도, 디지털일 수 있다.) 이 정보들이 축적되어서 나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SBT는 단지 이를 나타내는 수단일 뿐이다.

더 크게 보면, SBT, DeSoc은 전부 Plurality에 기반한 아이디어이다. 과거 글에서 언급하였듯이, Plurality는 한마디로 기술을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인간, 커뮤니티들이 서로 협력하는데 사용하자는 것이다. Plurality와 Desoc, SBT 모두 커뮤니티라는 단어를 핵심적으로 갖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Community-bound Token(CBT)

그렇기 때문에, 위 팟캐스트와 트윗에서 Puja Ohlaver는, SBT 대신에 community-bound Token(CBT)이라는 단어를 제안한다. 위 팟캐스트에서 Glen Weyl은 soulbound Token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유는 SBT를 기술적인 규격보다는 개념적으로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SBT라는 단어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얻었는데, 일단 밈, 개념적으로서는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기 충분하였다. 하지만, soul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뭔가 디스토피안적인 느낌은 프라이버시 이슈와 엮여서 사람들에게 DID & VC와 비교되어 공격받기 좋았다.

SBT 대신 CBT는 확실히 뭔가 입에 안 붙는다. 하지만, Puja Ohlaver의 트윗에서 언급되었듯이, SBT가 DID & VC와 근본적으로 가지는 다른 결을 보여줄 수 있다. DID & VC가 Self-Sovereign Identity(SSI)에 포커스되었다면, SBT는 SSI에 사용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쓰임새는 내가 어떤 커뮤니티에 포함되어있다는 증명이다. 물론, 이에 추가로 soul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의 오해를 풀 수 있다.


DAO 대신 On-chain Collective

출처

DAO

DAO는 사실 web3만큼이나 성공적인 프레임이다. 뭔가 기존의 회사나 단체의 구조와 아예 결을 달리하는, 새롭게 탄생한, 더 진보한 형태의 구조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점점 더 우리는 이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당연하게도, 단지 DAO라는 새로운 이름을 썼다고 해서, 이때까지 인류 역사에서 이뤄진 집단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실험과 피드백의 반복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무시할 수 없다.

또한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라는 이름은 현재 DAO들의 상태와는 큰 괴리감을 가진다.

먼저 DAO는 별로 탈중앙화되어 있지 않다. Electric Captial의 Emre Caliskan이 진행한 Snapshot을 통한 DAO 거버넌스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요약하면,

  • Snapshot에 있는 전체 제안의 65%는 전체 DAO의 10%에서 나온다.
  • 전체 DAO 중에 60%는 3개 이하의 제안을 진행하였다.
  • 한 DAO의 상위 5명의 유저들이 2000+ 투표를 하였다.
  • 탈중앙화 정도를 측정하는 지니 계수를 측정하였는데, 전체 제안의 25%는 0.8 이상이 나왔다. (1 = 매우 중앙화, 0 = 매우 탈중앙화)
  • 제안들의 지니 계수 평균값은 0.61이 나왔다.

또 한가지는, DAO는 autonomous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집단의 의사결정은 완벽히 자동화될 수 없고, 자동화돼서도 안된다.

On-chain Collective

이 단어는 Kerman Kohli가 Dragonfly Capital의 Dimitry Lapidus와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언급되었다. On-chain Collective 외에도 On-chain Company라는 단어도 나왔는데, 비영리 단체까지 포함하기에는 On-chain Collective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On-chain Collective라는 단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On-chain이다. 이 관점에 의하면, 결국 DAO가 기존의 집단 의사결정 구조에 비하여 가지는 장점은 블록체인, 즉 온체인이 가지는 장점, 투명성이다. 기존의 집단 의사결정의 장점은 받아들이되, 누구나 어떤 제안이 진행되고, treasury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투명성을 on-chain을 통하여 도입하는 것이 DAO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On-chain Collective를 대신 사용하게 되면, 더 이상 해당 DAO가 탈중앙화되었는지, 얼마나 자동화되었는지 따질 필요가 없다. 그것이 쟁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On-chain의 어드밴티지를 얼마나 잘 살려서, 잘 활용하고 있느냐가 그 DAO가 다른 전통적인 Off-chain Collective 경쟁자들과 비교하여 가지는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다.


마무리하며

나는 Wallet, SBT, DAO가 정말로 Inventory, CBT, On-chain Collective라고 재정의되어서 사용되는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는 많은 장점이 있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어떤 개념의 재정의는 사회적인 합의를 필요로 하고, 이는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나서거나, 어떠한 큰 사건이 있지 않는 한 쉽지 않다. 하지만, 리프레이밍은 우리가 기존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에 주의를 살피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