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utation based voting vs 1 person 1 voting
시빌의 어원을 찾아서
오늘 할 것
이 글은 왜 내가 reputaiton based voting이 1 person 1 voting보다 나은 시빌 저항 투표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먼저 일반적인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접근법에서 이를 살펴보고, 그 다음은 ‘시빌’이라는 단어의 뿌리인 정신의학 측면에서 살펴보자.
Reputation based voting > 1 person 1 voting
시빌 저항에 대하여
블록체인 거버넌스, 즉 DAO나 레이어 1 거버넌스를 얘기할 때, 우리는 시빌 저항(Sybil Resistance) 메커니즘에 대하여 자주 얘기한다. 이 시빌 저항 메커니즘이란, 말 그대로 시빌 공격을 방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이야기하는데, 이 것은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한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시빌 저항 없이는 현재 one token one vote 시스템에서 더 나아가기가 힘들고, 이 시스템은 경제적인 가치에 비례하여서 거버넌스 파워가 커지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였을 때, 대표적인 시빌 저항 투표 메커니즘이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1 person 1 voting와 reputation based voting이다. 이 두가지는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먼저 1 person 1 voting은 말 그대로 실제 사람 한명에게 한 표를 주자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사람이 독립적인 개체 한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들이 필요하다. Worldcoin이나 GovernorDAO와 같이 생물학적인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reputation based voting은 평판 기반의 투표 시스템이다. 어떤 계정(주소)가 특정 임계치 이상의 평판 증명을 가지고 있으면 투표권을 주자는 것이다. Orange Protocol과 같이 현재 온체인/오프체인 평판과 관련하여서 SBT나 DID를 이용하여 만들고 있는 프로토콜들은 정말 많다.
같은 듯 다른 듯
보통 1 person 1 voting와 reputation based voting을 비슷하게 보는데, 둘은 사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차이점을 가진다. 후자의 경우, 여러 페르소나로 내가 평판을 쌓아서 프로토콜이 원하는 임계치를 넘긴다면, 물리적인 나는 여러개의 투표권을 가지는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반대로, 내가 물리적인 인간이더라도 요구하는 평판을 채우지 못한다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결국, 이 둘을 가르는 차이점은 내가 여러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고, 이 페르소나들이 어느정도의 평판을 가진다고 하였을 때, 이 페르소나 각각을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해줄 것이냐 말것이냐이다.
나의 생각
개인적으로 나는 reputation based voting이 1 person 1 voting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굳이 물리적인 현실을 따라가야할 이유가 있는가?
왜 꼭 DAO나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현실의 투표권을 따라가야 하는가? 나라의 공무원을 뽑는 투표의 경우, 당연히 그 나라의 국민 한명당 하나의 표가 배분되는 것이 옳다. 하지만, DAO나 블록체인 거버넌스에서 꼭 그래야할 필요가 있을까?
일반 사람의 경우, 어차피 1 person 1 voting = reputation based voting이다. 다만…
일반적인 커뮤니티 멤버의 경우, 어짜피 여러 페르소나를 통해 평판을 쌓을 시간도,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reputation based voting은 1 person 1 voting 메커니즘과 동일하다.
다만, reputation based voting은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페르소나를 키우고 싶거나, 물리적인 인간이 아니더라도, reputation based voting에서는 충분한 평판만 쌓으면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다.
NFT가 기존의 물리적인 수집물의 한계에서 벗어나서, 무한개 & CC0의 특성을 탐험하고 있는 것처럼, 거버넌스도 굳이 물리적인 투표 시스템의 법칙에 갇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reputation based voting을 사용하게 되면, 기존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더 재미있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빌의 뿌리 찾기
시빌의 어원
1950년대 초, 셜리는 뉴욕의 윌버 박사라는 한 정신과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점차 그녀는 여러가지 인격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이는 심해졌고, 결국 그녀는 총 16개의 독립된 자아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윌버 박사는 그녀의 이러한 문제에 분명히 어릴 때의 트라우마가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몇년간의 지속적인 치료 끝에 그녀는 자신이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지독한 고문과 성고문을 당한 것을 기억해내었다. 이 기억을 해내며 그녀는 모든 자아를 하나로 통합한 뒤에 행복하게 살았다…
윌버 박사는 이 여성의 사례를 동료 작가와 함께 논문이 아닌 일반 책으로 출판하였고, 모두가 예상한대로 이 책의 이름과 셜리의 프라이버시를 위하여 사용한 가명이 시빌(Sybil)이다.
이 책은 뜻밖에 파장을 일으켰는데,
- 이 책은 1970년대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1976년 텔리비전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지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윌버 박사는 다중인격장애 전문 치료 센터를 열고, 윌버 박사와 그 동료 작가는 이 책을 통하여 엄청난 부를 얻었다.
- 다중인격장애는 갑자기 엄청나게 흔한 정신질환이 되었고, 1980년대를 기점으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다중인격장애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늘고, 다른 정실진환 때문에 방문한 환자들을 다중인격장애로 진단하는 정신과의사들도 늘어났다. 이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서양 문명에서 약 200개 정도의 케이스만 발견되었던 것과 달리, 이 사건 이후 미국에서만 약 40,000개의 케이스들이 1980년대 후반에 신고되었다.
생각해보면 시빌 공격은 하나의 악의적인 주체가 여러개의 주체인’척’ 속여서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중인격장애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 이해가 간다.
MPD → DID
재밌는 점은 이 시빌에 해당하는 병인 **다중인격장애(Multiple Personality Disorder)**이 시간이 좀 흐른 뒤에 **해리성인격장애(Dissciative Identity Disorder)**로 이름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이름을 바꿨을까? 이 이름을 바꾸는데에 큰 노력을 한 스탠포드의 Spiegel 박사에 따르면, 결국, 이 환자들은 여러개의 인격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하나의 인격을 가지는데, 단지 이것이 파편화된 것일 뿐이기 때문에, 해리성인격장애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주체가 인격을 가진다’라고 하기 위해서 1이 필요하다고 하면, 시빌과 같은 환자들의 경우 총합 1을 가지는데, 이 1이 0.1, 0.2, … 등의 여러개의 ‘인격의 파편’으로 나눠진 것일 뿐이다.
MPD & DID의 관점에서 시빌 저항 메커니즘
다중인격장애와 해리성인격장애을 통하여 앞서 우리가 얘기하였던 1 person 1 voting과 reputation based voting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시빌 = 다중인격장애’의 관점에서 시빌 저항 바라보기
시빌이 다중인격장애라고 보는 경우, 시빌 저항은 여러 인격체, 즉 페르소나를 가지는 것에 대한 저항이다. 다시 말하여, 그 페르소나가 얼마나 많은 평판을 가지고, 긴 시간동안 발전해왔는지와 무관하게 한 사람이 여러개의 페르소나를 가지는 것에 대한 저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 메커니즘은 1 person 1 voting이라고 할 수 있다.
‘시빌 = 해리성인격장애’의 관점에서 시빌 저항 바라보기
시빌이 해리성인격장애로 보는 경우, 시빌 저항은 여러 개의 인격이 아닌, ‘인격의 파편화’에 대한 저항이다. 다시 말하여, 한 물리적인 사람이 실제로 여러개의 인격체, 즉 페르소나를 키운다면 이는 시빌 저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관점에서 시빌 저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인격체의 파편’이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 없느냐, 즉 평판, 증명, 기록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로 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 메커니즘은 reputation based voting을 연상시킨다.
현재 의학계에서도 시빌과 같은 케이스들을 다중인격장애가 아닌 해리성인격장애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 관점에서 시빌 저항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1 person 1 voting보다 reputation based voting이 더 적절한 시빌 저항 메커니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록. 시빌의 또 다른 이야기
시빌에 관하여 찾아보니, 시빌이 실제로 다중인격장애를 가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도 많았고, 이를 다룬 Sybil Exposed라는 책도 있었다. 이 책에 의하면,
셜리는 어릴 때부터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고, 다중인격장애를 진단받기 약 10년 전에 이미 윌버 박사를 기억상실증과 신경쇠약 떄문에 방문하였다. 이때, 당시 다중인격장애에 흥미를 갖고 있던 윌버 박사는 그녀에게 다중인격장애에 관한 여러 책을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10년 뒤에 셜리가 윌버 박사를 방문하였을 때는 윌버 박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하여 일부러 다중인격장애를 가진척 연기를 했다는 것이 이 사람들의 주장이다.
또한 실제 치료 과정에서도 윌버 박사는 환각성 약물을 통한 치료를 항상 진행하였고, 이 환각성 약물을 사용하게 되면 환자들이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어릴적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경우가 당시에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셜리 외에도 일반적인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방문하였는데, 이 약물을 통한 치료로 다중인격장애로 자신도 믿게 되는 케이스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떠올린 과거 트라우마도 이 약물 때문에 생긴 거짓 기억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뭐가 진실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시빌 저항은 매스 미디어의 맹신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써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