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토큰을 설계한다면

토크노믹스에 대한 잡다한 생각들.

내가 토큰을 설계한다면

토크노믹스는 예민하고, 어렵고, 복잡하다.

토크노믹스는 예민하고, 어렵고, 복잡하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고려해야할 부분도 너무 많으며,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성공한 프로젝트들의 토크노믹스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엉성하거나 장기적으로 봤을 떄 지속가능하지 않아보이는 경우도 많고, 인센티브 구조가 뭔가 이상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처음 토큰을 런칭할 때에 토크노믹스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거나, 하였어도 생각보다 제대로 된 토크노믹스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제대로 된 토크노믹스'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한데 이는 토크노믹스가 대부분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어떤 것을 더 우선시할 것이냐는 trade-off의 문제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하지만, 토큰은 크립토/Web3 프로젝트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예외는 Dune Analytics이다.

어쩃든 토큰은 프로토콜이 유저들에게 오너쉽과 가치를 나눠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고,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프로토콜의 가치가 더욱더 빛날수도, 빛이 바랠수도 있다.

내가 토큰을 설계한다면

이 글은 만약 내가 토큰을 설계한다면, 각 쟁점에 대하여 어떤 결정을 내릴지와 그 사고 과정을 담았다. 나는 이전까지 어떠한 토큰도 설계해보지 않았으며, 나의 취향이 깊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각 결정에 대한 근거를 담으려 노력하였다.

참고로, 내가 설계하는 토큰은 크립토/Web3 프로젝트의 네이티브 토큰으로, 비트코인이나 지캐시처럼 화폐의 역할을 하는 토큰이나, 레이어1 토큰들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분배

토큰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이냐는 정답이 없는 문제이지만, 크게 다음과 같은 두가지 방향성이 존재한다.

팀 & 파운더를 커뮤니티보다 우선시하는 경우

이 경우, 프로젝트를 실제로 만드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더 성장할 수 있지만, 중앙화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커뮤니티를 팀 & 파운더보다 우선시하는 경우

토큰이 분산화되어서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강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지만, 실제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가 적어져서 실제 프로젝트의 성장 속도가 감소할 수 있다.

현재 dApp들은

그렇다면, 현재 dApp들은 어떻게 토큰을 분배할 수 있을까? Lauren Stephanian과 Cooper Turley의 Optimizing Your Token Distribution에 따르면 2021년 dApp들의 평균적인 토큰 분배 구조는 다음과 같다.

고려해볼 점들

먼저, 퍼블릭 세일의 비율이 너무 낮은 것 같다. Ecosystem Growth가 유저들이 초기에 토큰을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포함한다고는 하지만, Public Sale이 0.4% 밖에 안되면, 퍼블릭 세일에서 토큰을 구매한 유저들은 인플레이션에 노출되기 쉽다.

두번째로, 초기에 유동성 제공자들에게 제공되는 토큰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유동성 제공자들은 보상에 따라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토큰을 이 부분에 할당하더라도, 해당 보상 이벤트가 끝나면, 바로 다른 풀로 자본을 옮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이닝과 스테이킹 보상인데, 생각보다 스테이킹이 불필요한 dApp들이 많다. 예를 들어, 최근 Apecoin의 스테이킹 제안에 대한 Cobie의 포스트를 보면, 스테이킹은 토큰 판매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스테이킹과 마이닝을 통하여 유저들에게 제공할 가치가 없다면, 굳이 할당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의 생각

  • 퍼블릭 세일의 비중을 늘리거나, 다른 방법으로라도 dApp의 성장에 기여하거나, 헤비 유저들이 토큰을 획득할 수 있는 비중을 늘린다.
  • 유동성 제공자들은 dApp의 가치가 아닌, APY에 의하여 움직이기 떄문에 비중을 줄인다.
  • 마이닝과 스테이킹이 정말 필요한지 고민한 후, 오직 매도 압박을 막기 위함이라면,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없앤다.
  • 최종적으로 dApp의 성장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팀이기 때문에, 팀의 비중을 늘리거나 유지한다.

언락 스케쥴

팀, 투자자, 고문에게 같은량의 토큰이 할당되었더라도, 해당 토큰이 6개월에 거쳐서 선형적으로 언락되는 것과 1년 반에 거쳐서 선형적으로 언락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보편적으로, 6개월 ~ 1년 락업 이후, 6개월 ~ 2년동안 선형적으로 언락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형태 외에도 프로젝트의 성공 정도에 따른 언락 메커니즘도 존재한다.

The Idols NFT의 $VIRTUE

The Idols NFT의 $VIRTUE 토큰은 해당 프로젝트의 treasury에 stETH를 예치해야만 민팅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성공할수록 더 많은 $VIRTUE가 민팅된다.

The Idols NFT의 팀에게 할당된 15%의 $VIRTUE 토큰은 전체 민팅된 $VIRTUE 양에 비례하여서 언락된다. 예를 들어서, 만약 전체 $VIRTUE 중 20%만 민팅되었다면, 팀도 15%의 20%인 3%의 $VIRTUE 토큰만 클레임할 수 있다.

FloorDAO의 $pFLOOR

FloorDAO는 팀 인센티브로 $pFLOOR를 제공하는데, $pFLOOR는 $FLOOR를 민팅할 수 있는 권리로써, 전체 $FLOOR 공급량에 비례하여서, 민팅할 수 있는 $FLOOR 수량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만약 전체 $FLOOR의 수량이 10,000이라면, 팀은 6%의 Supply Share를 가지기 때문에, 6000 $FLOOR를 민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FLOOR의 최대 민팅 수량은 3,600,000이다.

나의 생각

나 역시 앞서 소개한 The Idols NFT나 FloorDAO처럼, 프로젝트의 성공에 비례한 락업 스케쥴을 적용할 것이다. 하지만, $VIRTUE와 $FLOOR가 위와 같은 메커니즘이 사용가능했던 이유는 $OHM 처럼 프로젝트가 성장할수록 민팅되는 토큰이 많아지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기 떄문이다. 고로, 일반적인 dApp의 토큰 형태에서 프로젝트의 성장에 따른 언락 스케쥴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유틸리티

토큰의 유틸리티는 토큰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유틸리티는 해당 프로토콜을 사용하기 위한 화폐로 쓰이는 경우이다.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경우

Chainlink의 $LINK, Pocket Network의 $POKT, The Graph의 $GRT와 같은 Web3 Infrastructure 포로토콜들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Pocket Network의 경우, dApp이 Pocket Network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POKT를 스테이킹해야하고, 릴레이를 요청할 때마다, 일정 $POKT가 차감된다.

장단점

이 유틸리티는 토큰에 대한 유기적인 수요를 만들어낸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몇가지 단점이 존재한다.

먼저, 프로토콜의 성장이 토큰의 가치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Pocket Network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증가하더라도, $POKT 홀더들은 추가적인 수익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토큰을 홀딩할 인센티브가 떨어진다.

둘째, 가격 상승이 오히려 독이 된다. 만약 $POKT의 가격이 너무 오른다면, dApp들 입장에서는 Pocket Network를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이 상승하기 떄문에, 오히려 Pocket Network를 사용할 인센티브가 떨어진다.

프로토콜의 수익 나누기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토큰들은 프로토콜의 수익의 일부를 얻는 형식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SUSHI가 처음으로 프로토콜의 거래 수수료의 일부를 토큰 스테이커들에게 나눠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대표적으로 $CRV와 같은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수익의 일부를 토큰 홀더들에게 나눠줬다.

수익의 출처

이러한 형태의 유틸리티를 가지는 토큰의 경우, 해당 토큰을 홀딩하거나, 스테이킹하였을 때 나오는 수익이 실제 프로젝트의 수익에서부터 나오는지, 아니면 그냥 토큰 인플레이션을 통해서 나오는지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자라면 문제가 없지만, 후자의 경우는 지속불가능할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따른 토큰의 가격 하락 때문에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나의 생각

프로젝트의 수익의 일부를 토큰 홀더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는 먼저 프로젝트가 실제로 수익을 낸다는 가정이 필요한데, 생각보다 현재 이 가정을 만족하는 크립토/Web3 프로젝트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어쨋든, 만약 내가 설계하는 프로젝트가 실수익을 낸다고 가정한다면, 해당 프로젝트의 섹터와 무관하게 수익의 일부를 적극적으로 토큰 홀더들에게 나눌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고민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젝트의 수익을 토큰 홀더들에게 나눠주었을 때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토큰 홀더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해당 토큰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토큰 홀더들이 토큰의 가격 외에도, 주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토큰의 가격이 시장의 상황에 따라서 하락하더라도, 해당 프로젝트의 가치를 믿는 홀더들은 버틸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토큰을 홀딩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질수록, 프로젝트는 토큰 가격에 대한 방어와 정말 loyal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두번째, 토큰 홀더들에게 진정한 오너쉽을 부여할 수 있다. 흔히 우리는 거버넌스가 오너쉽의 전부인 것처럼 애기하지만,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오너쉽을 부여할 수 있다. 내가 가진 토큰의 스테이킹 보상이 실제 프로젝트의 이번 분기 수익과 직결된다면, 토큰 홀더들은 더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고, 거버넌스에 참여하려고 하지 않을까?


거버넌스

이상과 현실

거버넌스는 이상과 현실의 갭이 가장 큰 부분인 것 같다. 이상적으로 생각하였을 때, 거버넌스는 토큰이 가질 수 있는 순기능 중 가장 강력하다. 기존의 주식화사에서는 일정량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과 회사의 방향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토큰만 가지고 있어도 Snapshot에서 이뤄지는 거버넌스에 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토큰 홀더들은 해당 프로젝트를 계속 팔로업하면서, 올라오는 거버넌스 제안들에 대하여 토론하고, 투표하고, 새로운 제안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 역시 내가 가지고 있는 토큰의 프로젝트 제안들을 팔로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였을 때,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거버넌스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간이 부족하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토큰의 프로젝트에 쏟을 만한 시간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어떤 회사의 주주가 해당 회사에 쏟을 만한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개인들에게는 아무리 해당 프로젝트의 비전에 공감하고, 관심이 있다라더라도, 매일매일 올라오는 제안들에 대하여 고민하고, 토론하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둘째, 지식이 부족하다. 나도 Snapshot에 올라온 제안들에 투표하기 위해서 읽어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되거나, 선택지 중에서 어떠한 결정이 프로젝트에 가장 이로운지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가 다른 경우

토큰 홀더들에게 존재하는 현실적인 한계점을 제외하더라도, 토큰 홀더들과 프로토콜의 미래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 에를 들어서 ‘$XYZ 토큰을 스테이킹하였을 떄, 추가적인 $XYZ 토큰을 커뮤니티 treasury로부터 주자’는 제안이 올라왔다고 하였을 떄, 토큰 홀더들 입장에서는 당장의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좋겠지만, 프로토콜 입장에서는 미래의 중요한 결정에 필요할수도 있는 treasury의 자금을 단지 스테이킹 보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보긴 어렵다.

나의 생각

개인들의 거버넌스 참여에 대한 문제에 대한 나의 해결방안

개인들의 거버넌스 참여에 대한 문제에 대한 나의 해결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거버넌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토큰 홀더들이 거버넌스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거버넌스 제안을 더 쉬운(ELI5) 버전으로 설명해주는 ‘번역가' 역할을 추가하거나, a41 Ventures의 포스트와 같은 거버넌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여주는 대시보드를 제공한다.

두번째는 위임 메커니즘이다. 만약 개인들이 거버넌스에 현실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면, 개인들에게 자기의 비전과 가장 잘 일치하는 전문가에게 거버넌스를 위임할 수 있게 하자. 이를 위해서는 여러 위임자들이 프로토콜에 대한 각자의 비전, 현재 아쉬운점,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등을 토큰 홀더들에게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위임자들에게는 토큰 인센티브를 주어서 더 적극적으로 거버넌스 활동을 할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직접 민주주의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거버넌스이지만, 간접 민주주의는 이보다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관계의 차이에 대한 나의 해결방안

이해관계의 차이에 대한 나의 해결방안은 다음과 같다.

토큰을 단지 홀딩하는 사람보다, 실제 프로젝트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더 큰 거버넌스 파워를 부여하면 어떨까? 프로젝트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사람들은 토큰으로 얻을 수 있는 단기적인 수익보다 프로젝트의 미래에 더 관심이 많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프로토콜의 미래와 이해관계가 일치될 수 있다. 또한, 어차피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사람들은 토큰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여 정도에 따라서 거버넌스 파워를 차등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될 것 같다. 다만, 이 방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프로젝트에 대한 개인들의 기여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수적이다.


토크노믹스를 설계중이라면,

혹시 토크노믹스를 설계하려는 와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samoyedali@gmail.com이나 DM으로 편하게 연락주세요. 함께 해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